봄은 순식간에 찾아옵니다. 우리가 봄맞이 채비를 끝내지 못한 사이에. 벚꽃이 피기를 기대하고 있노라면 기다리는 사이에 찾아옵니다.

갖가지 식물들이 싱싱하고 푸른 잎을 잇달아 내기 시작합니다.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. 민들레가 아직 추운 겨울 시기부터 다른 꽃에 앞서 꽃을 피웠습니다. 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뱀밥이 지면에서 얼굴을 내미는가 하면 다른 꽃들도 앞을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.

 
집 뒤에 있는 언덕 위에는 매화꽃이 졌나 싶으면 금세 옆에 엷은 핑크 목련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. 금새 만발해지더니 지고 맙니다.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입구에도 엷은 핑크 꽃이 함빡 핀 나무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. 처음에는 벚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근처 아주머니에게 ‘입구에 있는 벚꽃이 예쁘게 피었네요’ 하고 말을 건네자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‘저건 벚꽃이 아니라 버찌 나무’라고 알려 주었습니다.

어머! 하지만 꽃 색깔이 엷은 핑크에 꽃잎도 5장 있습니다. 게다가 그 꽃잎 모양이 한가운데 홈이 파져 있어요. 꼭 보통 벚꽃과 똑같이. 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?

아주머니는 미소 지으면서 가르쳐 주셨는데 입구에 있는 버찌 나무가 꽃이 진 후에 먹을 수 있는 버찌 열매가 달린다고 합니다. 한편 우리가 보통 자주 보는 종류의 벚꽃, 예를 들면 왕벚나무나 산벚나무 등은 예쁜 꽃을 피우지만 꽃이 진 후에 맺는 열매가 매우 작고 또 식용으로도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. 가끔 단 것도 있긴 한데 대부분 쓰거나 실패입니다. 그렇구나. 그런 거군요. 골목 입구에 있는 버찌 나무에 꽃이 피고 진 다음에 집 뒤 언덕에 있는 벚꽃이 예쁜 핑크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. 그 후에는 와카키초 곳곳에 일제히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. 어디를 가더라도 온통 핑크로 물들어 있었습니다.

 
오쿠스 공원에서는 벚나무 외에 유채꽃도 키우고 있었습니다. 신록이 물들기 시작한 큰 녹나무 앞에 펼쳐지는 노란색의 유채 꽃밭이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. 지라칸스 벚꽃도 핑크 꽃을 피웠습니다. 수면에 비치는 꽃이 아름다운 와카키초의 명소입니다. https://slowtrip-saga.com/2017/03/477/
운이 좋게도 올해는 벚꽃 계절에 비가 내리지 않아서 예년에 비해 더 오랫동안 약 2주일 가까이 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.
벚꽃이 조금씩 지기 시작하는 동안에 이번에는 벚나무 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. 꽃과 교대하듯이 벚나무가 서서히 녹색으로 변해 갔습니다. 그 후에는 각양각색의 튤립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. 빨강, 노랑, 하양, 보라, 핑크. 보라색 목련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. 진달래도 피기 시작했습니다. 보기에도 선명한 빨강, 핑크, 하양. 그것들이 진 후에는 파랑이나 보라, 하얀 등꽃. 등나무 시렁이 뻗어 가듯이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. 꽃과 함께 달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풍겨 옵니다.

 
위에 열거한 꽃은 모두 피기 시작해서 2주일 사이에 다 피고 지고 맙니다. 3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. 언제나 보려고는 생각하지만, 볼 시간이 그다지 없습니다. 그저 ‘꽃이 어떻게 됐을까?’하고 생각하다가 보러 가면 벌써 지기 시작한 적도 종종 있습니다. 그 무렵이면 벌써 다른 꽃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꽃을 피우는 시기입니다.

집 앞의 수국화 숲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. 이제 곧 장마 계절로 들어섭니다.



이름:노이
출신:태국 방콕
일본인 남편과 아들과 함께, 사가현 다케오시 와카키초에서 육아 중.
태국에 있을 때는 아트·출판 관계에서 일했습니다.
규슈 통역 특구 가이드 자격(태국어)을 가지고 있습니다.